이번 시간에는 필자가 가장 오래 보유하였던 종목인 LG이노텍을 매도하고 해당 종목에 대한 소회와 복기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오늘의 글이 눈물의 저점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하락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에 기록용으로서 남겨두고자 한다.
1. 코로나 기간 LG이노텍 첫 진입(2020년 7월)
삼성전자를 매수로 2020년 3월부터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였다. NHN한국사이버결제라는 PG사 주식으로 초심자의 행운으로서 처음 수익을 얻게 되었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쿠팡 등 로켓배송, 쓱배송 등 당일 배송이 유행처럼 번져가자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를 도맡았던 PG사 주식이 괜찮지 않을까라는 내러티브만 가지고 수익을 얻었었다. 사실 그 때는 아무 주식만 사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 필자에게 PER 4배짜리 LG이노텍은 사지 않을 수 없는 주식이었다. 재무관리 시간에 공부했던 PER이라는 밸류에이션 지표를 한창 적용하던 시절, 특히 당기순이익 기준 PER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 PER 4배 짜리 LG이노텍은 매우 저렴해 보이는 주식이었기에 매수를 시작했다.
당시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애플 유저인 필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내러티브를 안겨주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가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1위 회사의 벤더라는 내러티브!
2. 애플카 이슈(2021년 1월)
코로나 이후 BBIG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2차전지 주식들이 각광을 받던 무렵, 필자가 보유한 현대차 주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테슬라를 대표로 한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면서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며 현대차와 관련한 협력을 개시한다는 뉴스가 파다하였다.
LG이노텍 또한 자율주행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카메라 및 라이다 센서를 아이폰에 공급하고 있기에 관련 벤더 체인으로서 급부상하며 주가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샤프와 함께 경쟁하는 벤더로서의 LG이노텍이 아닌 전장 부품회사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전장부품 사업부는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지만 해마다 매출은 성장하였기에 단순히 카메라 벤더 회사로의 LG이노텍이 아닌 전장 부품사로서 발돋움할 것으로 내러티브를 만들기 시작했다.
3. XR, VR 등 메타버스 열풍의 도래(2021년 11월)
LG이노텍은 애플의 신작 아이폰 출시 주기와 실적이 동행하는 회사다. 통상 매년 9월 아이폰 신작을 발표함에 따라, 2분기부터 카메라 모듈 출하량이 증가하여 3분기 및 4분기에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1분기와 2분기에 비수기를 맞이한다. 2021년은 아이폰13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였다. 매년 카메라 화소수는 증가하고, 소위 '카툭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아이폰 프로 및 프로맥스 모델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카메라 모듈의 높은 ASP를 통해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꼭 만나지 않고서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경험으로 증명되면서 가상의 세계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내러티브가 붙게 되었다.
메타의 퀘스트프로와 같은 VR헤드셋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게임이 10대 들에게 유행하게 되었고, 엔터사들은 온라인 콘서트를 넘어 네이버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기 시작하였다. NFT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등기부 등본이 거래되었고, P2E(Play to Earn) 게임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얻어진 코인을 기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다시 말해 가상세계에서의 경제활동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메타버스 열풍이 도래하였다.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애플의 XR, VR 출시와 관련된 부품주로서, 아이폰 외에 새로운 디바이스에 공급될 수 있다는 기대감, 특히 XR 헤드셋에 경우 고사양의 카메라 모듈이 납품된다는 점에서 LG이노텍의 매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이 부각되었다.
주가 역시 역사적 고점을 향해 나아갔고 2022년 3월에 414,500원까지 상승하며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도 50만원을 향해갔다. 2021년 7월을 끝으로 지수 고점이 지난 터에 2022년 3월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종목이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던 부분은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4. 아이폰 14의 부진(2022년 9월)
아이폰 14는 애플에게도 중요했지만 LG이노텍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모델이었다. 단지 후면 카메라의 화소수 증가 뿐만 아니라 전면 카메라 역시 손떨림보정(OIS) 기능이 탑재되어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부분에 Q와 P를 동시에 증가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열풍이 사라진 후에도 주가가 어느 정도 방어될 수 있었던 이유도 아이폰 14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아이폰의 OEM 업체인 Foxconn이 위치한 정저우를 봉쇄함에 따라 초도 물량에 출하량이 공급차질을 빚게 되었다.
팔려야할 순간에 팔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아이폰 14는 전작인 아이폰 13 대비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곧 출하량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게되었다. 주가 역시 2022년 9월에만 20%가 넘게 하락하였다.
당시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국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자금 시장이 경색되었던 매크로적 환경이 좋지 않았던 점도 있었지만 개별 이슈와도 겹쳤기 때문에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5. 아이폰 15와 중국의 애국소비(2023년 7월)
아이폰 15 프로맥스에 탑재된 폴디드줌은 ASP 상승을 이끌어낼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중국 내 공공기관 및 공무원 등에게 외국산 핸드폰에 대한 사용 규제로 인해 아이폰 15 출하량이 하향조정되었다. 비록 실제 예약 판매일에는 서버가 다운되는 등 여전히 애플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는 확인되었지만 실제 판매량에서는 예상치를 하회하였다.
6. 아이폰 20% 할인 판매(2024년 1월)
사실상 LG이노텍을 매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애플의 특성 상 하이엔드 이미지를 고수하는 데, 그 부분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중국 내 아이폰의 할인 판매를 단행하였던 것이 주효하였다. 미국 주식 시장 내에서 애플의 시가총액 1위 자리가 마이크로소프트로 바뀌게 됨에 따라 화두로 떠오른 AI에 대한 애플의 늦장 대응도 센티먼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16에 경우 이렇다 할 하드웨어 적인 업그레이드 요소도 없을 뿐더러, 기대를 모았던 애플의 비전프로가 2월초에 출시될 예정이나, 대만의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밍치궈의 커멘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플의 비전프로의 예상 출하량도 6만대에서 8만대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하였음을 비추어 볼 때 LG이노텍의 실적 상향 드라이브를 가져올 요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의 출시로 AI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는 부분에서 애플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서 AI 부문에 있어서는 후발 주자로도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어준 부분은 LG이노텍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7.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자
이번 시간을 통해 LG이노텍에 대해서 복기해본 결과, 어떻게 보면 XR, VR 등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때 펀더멘털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 시절이 매도 타이밍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사실 거래란 것이 한 번 결정하기가 어렵지 '지금 이 주식을 이 가격에 살래?' 라고 자문하는 순간 판단이 모호할 떄는 매도를 해야할 시기다.
LG이노텍의 경우, 현 시점의 2024년 PBR은 채 1배가 되지 않는 시점이기에 사실상 지금 파는 것은 다운사이드 리스크 보다는 업사이드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는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량 매도를 결심한 것은 애플이라는 전세계 독과점 기업의 벤더이고, 새로운 경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혜자가 그만큼 상당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샤프를 제치고 제1의 벤더가 되었지만 추격하는 중국업체들 까지는 막기 어려워 보이며, 애플 역시 LG이노텍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LG이노텍에게 있어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릴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LG이노텍에 대한 긍정적인 뷰를 꺾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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