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기존 반도체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꺾고자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8월 수출입 동향 자료, DB금융투자에서 2024.09.02.자로 발간된 전략 리포트 '라디오와 AI' 및 2024.09.04.자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의 9월 반도체 산업리포트에 기반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관련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가졌던 지난 게시글의 링크를 아래에 소개하며 비교하여 살펴보길 바랍니다.
2023.11.01.'10월 수출입 동향 발표와 반도체 주식의 반등 신호
https://lordofchangjeon-ro.tistory.com/entry/semiconductorexport#google_vignette
2023.12.30.'2024년 반도체 패닉 바잉 구간 돌입
https://lordofchangjeon-ro.tistory.com/entry/semiconductor202312
1.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산책 이론
헝가리 출신의 투자자이자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개(주식가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떄, 개가 주인(기업가치) 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는 있어도 개는 주인을 떠날 수 없다는 비유를 남겼었다.
산업과 주가의 특성 상 산업의 성장을 주가는 반영하지만 위 그림과 같이 굴곡이 존재한다. 이유는 주가에는 펀더멘탈 이외에 심리가 추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반도체 주가는 개에 해당하고, 산업 즉, 개별 기업은 주인에 해당한다. 반도체 주식에 대한 뷰의 전환의 핵심은 산업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주가는 마치 개처럼 멀리 갔고, 멀리 간 개는 주인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다시 주인 곁으로 올 것이라는 부분이다. 현시점은 개가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오는 시점일 수도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2. 수출 모멘텀의 둔화
지난 9월 1일자로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인 8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8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한 579억원을 기록하였지만, 전월 575억원 대비 mom +0.6% 증가하였고, 2024년 월별 최대 수출액인 5월 58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수출의 역기저효과가 우려된다. 작년 같은 월인 2023년 9월 수출액은 547억원이었는데 동일한 금액의 수출액을 가정한다면 다음 달부터는 yoy 수출 증가율도 약 6% 수준으로 예상되는 바, 수출 성장률의 두자릿수 증가는 다음 달부터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도체 수출은 한국의 수출금액에서 약 20~ 30%를 차지하고 있다. 8월 기준으로도 반도체 수출금액은 약 118.8억원으로 약 21% 수준으로, 글로벌 입장에서 한국의 수출 데이터는 곧 반도체 수출데이터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기울기가 중요한 주식의 속성 상, 다음 달부터 완만한 기울기가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반도체에 대한 주식 입장에서의 시선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낸드와 디램 고정가격의 경우, 디램은 2월 이후, 낸드는 4월 이후 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HBM 등 신규 product의 생산으로 인해 Legacy 공급 능력이 자연 감소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Legacy 수요에 증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정가격은 2023년 하반기 반도체 감산 사이클 당시 상승 이후로 추가적인 상승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3. 수면 위로 올라온 HBM 공급과잉 문제
2024.09.04.자로 발간된 송명섭 연구원의 반도체 9월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3E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HBM 수급이 2025년에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업체를 비롯한 고객들의 경쟁적인 가속기 반도체 및 HBM 재고 확보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가 향후 반도체 사이클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TSMC의 CoWoS Capa에 기반한 최대 가속기 생산 가능량을 감안하면 HBM 수요량은 2024년에 8.8억 GB(882M GB)로 yoy 319%가 증가하고, 2025년에는 18.8억 GB(1,880M GB)로 yoy 113%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HBM 3사(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2024년 생산계획이 총 16.4억 GB(하이닉스 8.1억 GB, 삼성전자 7.5억 GB, 마이크론 0.8억 GB)에 이르고, 2025년 생산계획은 33.7억 GB(삼성전자 16.3억 GB, SK하이닉스 15.0억 GB, 마이크론 2.4억 GB)까지 늘어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수율 부진에 따라 생산 계획이 달성되지 못할 경우에도 가장 큰 생산계획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HBM 수급은 2025년에 공급과잉(수요량 18.8억 GB 대비 생산계획 33.7억 GB)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4. 경기둔화와 금리 정점의 마무리
2024.09.02.자로 발간된 DB금융투자 주식전략 보고서 '라디오와 AI'에 따르면 주식시장 관점에서 100년 전 라디오와 오늘날의 AI는 공통된 분모를 지녔다고 보고 있다. 기술 혁신과 유동성으로 주가는 상승하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정점이 마무리된 후 주식은 방향을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1882년 전기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게 되었는데 1907년까지는 전체 가구의 8%만이 사용할 정도로 매우 천천히 성장하였으나 1921년 전체 미국 가구의 37.8%가 전기에 연결되었고, 1929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67.9%가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같은 기간 가전제품 판매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라디오의 판매액은 거의 30배가 늘어났었다.
또한 100년 전에도 풍족한 유동성 환경이 조성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금이 집중되었으며, 금본위제 하에서 금의 유입으로 통화량이 늘어나 자연스레 통화정책이 완화되었다. 특히 1920년대에는 소비 내구재를 중심으로 할부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당시 미국 최대 은행인 내셔널 시티 뱅크가 1928년 신용대출 사업에 진출하면서 돈을 빌려 내구재를 구입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다.
1920년대에도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달리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1929년 초여름부터 뚜렷해졌다. 당시 6월에는 산업생산이 고점을 쳤었고, 라디오와 더불어 각광받던 자동차 생산은 yoy로 둔화되었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1927년부터, 독일과 브라질은 1928년부터, 아르헨티나, 캐나다, 폴란드는 1929년 상반기부터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재할인율은 1928년 2월 3.5%에서 1929년 8월 6%까지 올라갔다.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투기적 수요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1927년 7월에 금리 상승이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가 처음으로 나타났지만 주가지수 상승세를 저지하지 못하였고 1929년 9월 3일 다우존스 지수는 정점을 쳤다.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100년 전의 전기와 라디오는 빅테크 기업과 AI와도 닮아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동성 확대는 2020년 발생한 팬데믹 이후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닮았으며 그로 인해 가계에 과잉 수요를 창출하였다. 부풀려진 수요는 기업들에게 시설투자의 적극성을 만들었으며 AI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의 증가를 이끌었다.
https://www.ytn.co.kr/_ln/0104_202408220457598101
최근의(7월 말까지의)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달리 미국 노동부의 수정 발표를 통하여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뜨거운 줄 알았던 그들의 고용시장이 사실은 미지근했다는 점도 밝혀지며 미국 경기의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 진행된 연준의 고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넘어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데이터의 오류로 인해 연준이 미국 고용시장의 온도를 잘못 측정했다면, 지난 기간의 금리 정책 역시 오류였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경제와 얽히고설킨 변수들은 임계점이 존재한다. 어떤 변수가 임계점을 건드리는 순간 경제는 한동안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마치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몇 알의 모래와도 같다.
5. 결론: 애플의 한 방을 기대하며, 계절성 구간 돌입 경계
금번 반도체 주식의 사이클은 AI 수요가 트리거로 불러일으킨 HBM 사이클에 해당하였다. 해당 사이클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빅테크를 비롯한 M7의 지속적인 AI 가속기 구매수요와 함께 전통 서버, PC, 스마트폰 등 Legacy DRAM의 사이클까지 필요하였다. 메모리 3사의 HBM 공급계획으로 인해 기존 Legacy DRAM의 공급 감소를 가져왔지만 줄어든 공급에 부응할 수요 증가는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미미하였다.
HBM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의 HBM3E 8단 및 12단 Qual test 통과가 지연되면서 SK하이닉스에게는 유리한 시장이 전개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퀄테스트 통과를 기점으로 즉각적인 양산 및 대량 공급이 예상되면서 HBM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1180
지난 8월 29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회에서는 기존의 3분기 출시가 예정되었던 신규 AI 가속기 블랙웰의 양산이 1개 분기 지연됨을 확인하였다. 블랙웰의 출시 지연은 신규 제품에 대한 대기 수요를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로 옮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추가적인 수요에 대한 모멘텀을 불식시키는 부분과 블랙웰 1개의 탑재될 HBM 개수가 더 많았었다는 점에서 HBM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 증대가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9월 10일에 있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다. 금번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아이폰16 뿐만 아니라 애플 인텔리전스로 불리는 AI 기능이 탑재된 Siri의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 AI 기능은 아이폰 내부에서 온디바이스 AI 방식으로 구동되고,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경우에도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 내에서만 구동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조사기관인 카운터 포인트에 따르면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1위 애플의 신형 아이폰 출하량 전망치는 4년 만에 사상 최대치로 전망하고 있다.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29864
스마트폰 출하량의 증가는 탑재되는 DRAM의 증가로도 이어질 전망이며, 온디바이스 AI 기능의 탑재는 대당 DRAM 개수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등을 주지 못하고 있는 Legacy DRAM의 수요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미국 대선 이슈가 주식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와 같은 날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의 첫 TV 토론이 이어진다.
위의 1976년부터 2022년까지 역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의 S&P 500 중간값 그래프를 살펴보면, 대선이 있는 해가 대선이 없는 해보다 변동성이 심한 것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지수는 한 단계 레벨 다운 되어있으며, 하락 변동성 또한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대선일 직전까지 가장 큰 조정이 발생하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9월부터 대선일(2024년의 경우, 11월 5일)까지 한 차례 큰 조정이 남아있다. 계절성은 어디까지나 역사에 해당하지만, 한편으로는 통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위 게시글에 언급된 종목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매수 또는 매도를 추천하거나 권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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